이진호

너의 집 문이 열리고
따뜻한 조명이 비추고
너는 조용한 음악을 고르고
나는 장을 봐온 저녁거리를 나르네

여기 가스렌즈에 불을 조금만
좀 올려줘 니가 말하네
저기 도마 위에 양파와 파를
좀 썰어줘 니가 말하네

부엌엔 찌개 끊는 냄새가 나고
밥솥에 불은 초록색
너는 조그만 수저를 들고서
내게 찌개의 간을 맛보라 하네

여기 냉장고 안에 밑반찬 들을
좀 꺼내줘 니가 말하네
저기 찬장 안에 잔을
두 개만 좀 꺼내줘 니가 말하네

그리고 너와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하네

낮엔 누굴 만났어?
오전에 말한 그 일은 잘 해결됐어?
찌게 맛있다.
많이 먹어. 물도 좀 마셔가면서
그래, 밥 좀 더있어?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네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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