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덜 깬 술의 쓴 향기에
억지로 눈을 비비고
TV 소리가 시끄러워서 집어 든 책은
왜 이리 안 읽히는지
이럴 땐 비라도 내렸으면 좋은데
하늘은 무심히도 너무 밝아
나른한 이번 주 토요일도
이렇게 흘러가네
오늘 하루도 무의미해져
괜시리 휴대폰을 집어 들게 돼
구차해 지고 싶진 않은데
너와 주고 받던 문자를 찾아
이럴 땐 바람이라도 쐬면 좋은데
오늘따라 모두 바쁜 건지
다가올 일주일은 두렵고
오늘을 보내기는 아쉬워
늦은 새벽에 거실에 홀로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곤 해
쓸쓸한 이번 주 일요일도
이렇게 흘러가네
억지로 나섰던 거리에서
친구들의 농담이 이젠 들리지 않아
집에 오는 길에 나도 몰래
지웠던 네 번호를 눌러 봐
너는 날 생각하진 않는지 구태여
옆의 누군가를 찾고 있는지
누군가에게는 꿈만 같던
주말이 내겐 의미가 없네
이렇게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