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죽거든
- C. 로제티 시
내가 죽거든 임이여,
나를 위해 슬픈 노랠랑 부르지 마세요.
내 머리 맡엔 장미도
그늘진 싸이프러스 나무도 심지 마세요,
비에 젖고 이슬 맺힌
푸른 풀로만 나를 덮어 주세요.
그리하여 그대의 뜻대로 기억하시고,
그대의 뜻대로 잊어주세요.
나는 나무의 그림자도 못 보겠지요.
나는 빗방울도 못 느끼겠지요.
괴로운 듯 울어대는 밤 꾀꼬리의 노래도
이제는 듣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뜨지도 지지도 않는
황혼 속에서 꿈꾸며
나는 그대를 생각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