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말아
창살 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위로 떨어지는 투명한 소나기
다음 날엔 햇빛 쏟아지길 바라며
참아왔던 고통이 찢겨져 버린 가지
될 때까지 묵묵히 지켜만 보던 벙어리
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지친 모습이
말해주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
여전히 가슴속에 쏟아지는 빛줄기
아름다운 서울 청계천 어느 공장
허리하나 제대로 펴기 힘든 먼지로 찬 닭장
같은 곳에서 바쁘게 일하며 사는 아이들
재봉틀에 손가락 찔려 울고있는 아이는
배우지 못해 배고픔을 참으며 졸린 눈 비벼
밖이 보이지 않는 숨막히는 공장에 갇혀
이틀 밤을 꼬박 세워 밤새 일하면
가슴에 쌓인 먼지로 인해 목에선 검은 피가 올라와
여길 봐 먼지의 참 맛을 아는 아이들
피를 토해 손과 옷이 내 검은 피에 물 들 때
손에 묻은 옷깃에 묻은 현실의 모든
피를 씻어낼 곧 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
노동자만을 위한 노동법은 사라진지 오래
먼지를 먹고 폐병에 들어 비참히 쫓겨날 때
여전히 부패한 이들은 술 마시며
숨통 조이는 닭장에서 버는 한 달 봉급을
여자의 가슴에 꽂아주겠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말아
창살 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말아
창살 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