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춘향모 들어보니 일이 그럴듯도 허여,
“이 년아 듣기 싫다. 애기씬가 뭣인가나 깨 오니라. 어찌된 사연이나 들어보자.”
향단이가 들어가 춘향을 깨워 마나님께 탄로된 말을 다 허니 춘향이 겁을 내어 저의 모친 앞에 와 벌벌 떨고 서있을 제,
[진양조]
춘향 모친 전후사를 생각허니 설움이 복받치어 춘향이를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네 이 천하 무상헌 년아, 늙은 에미는 너만 믿고 살었는디 너 그럴 줄 내 몰랐다. 만득으로 너를 낳은 연후으 너그 부친은 올라가시고 어느 오락 동생이 있느냐, 일가 친척이 어디가 있느냐? 나 혼자 너를 기를 적에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 길러 내어, 너와 같은 배필을 맡겨 말년 영화를 보잤더니, 오늘 일을 두고 보니 앞날 일을 알겄구나. 칠십당년 늙은 년이 누구를 믿고 사잔 말이냐.”
이리 앉어 울음을 우니 춘향이도 울고 향단이도 울고 한 집안 세 식구가 울음거리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