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의 황혼은 바쁜 나그네처럼
산 고개 너머 사라진지 오래고
어둠은 벌써 익숙하게 내 등뒤로부터 짙어져 온다.
싸늘한 대기 위론 별 그림자 하나 없고
이젠 밤하늘도 아니 보이게 검기만 하다.
점, 점 굳어져가는 내 운명의 길에는
꿈결에도 배회하는 내 욕망의 어지러움과
크고 작은 좌절, 성취의 조각들…•
이것이 별이어라. 별이어라
이 별 없는 밤의 별이어라
우주, 우주는 내게로 향해 숨쉬며 다가오며
날 사랑한다는 비밀의 노랠 들려주고 있는데
꽃 예쁜 꽃은 그 어디서 자신을 향한
연민의 미소만을 흩날리며 춤추는가
이 펼쳐진 산야와 가로 누운 산맥 너머로
잠들지 않고 반짝이는 나의 밤은
어느 골짜기까지 가 있는가?
대답하라. 대답하라.
이 땅, 이 하늘 아래 백만년을 살아
이 땅, 이 하늘 아래 천만년을 살아
무서리 삭풍에 깎이며
해마다 새해를 맞고
날마다 새해를 맞고 싶은 나의 육신은
기다려 잠들지 않으리라.
잃어버린 낙원에 도시의 냄새 짙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제 이름 불러
그 옆자리에 앉힐 새 하늘은 다시 피어나리라.
폭 넓은 돛배로 바람 가득 안고
이 땅의 목소리는 또다시 새로운 것으로
범선타고 오리니.
나 돌아서서 기다리다가
돌아서서 기다리다가
이상 처럼 맑은 눈으로
진리의 새 빛을 반기고 싶으니.
오늘은 어두워도 좋다
이밤은 어둘수록 좋다.
여울 물소리처럼 기도라도 올린 후에라면
나는 소리칠 수도 있으련만
사랑했노라고. 또 사랑하리라고.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과, 내일과, 내일들을,
목숨보다도 더욱.
나의 육신은
손 흔들어 줄 나의 육신은
벌써 신작로에 나섰다.
이제 소리를 울려라.
바람소리, 파도소리, 종소리를 올려라.
쇠북소리를 울려라.
나의 이 내면 도처에 꿈틀대는
오늘의 그림자는 그렇게 축복을 받아
힘차게 손 흔들고
목청껏 외치는 세계의 소리를 듣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