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그때여 어사또 춘향을 가만히 살펴보시니 동헌 대뜰 밑에 죽은 듯이 엎져있는 모양 목불인견이라 차마 볼 수 없건마는 짐짓 한번 호령을 허시는디 춘향이 네 들으라 너는 창가소부로 네 만한년이 자칭 수절헌다허고 관정발악을 잘 허고 관장에게 능욕을 잘 헌다니 그런 불경한 죄 어찌 살기를 바랠고 춘향이 여짜오되 두 지아비 섬기는게 두 인군과 같삽다고 실증으로 아뢰었을 뿐이옵지 무슨 능욕을 했사오리까 명철허신 수의사또 깊이 통촉을 허옵소서 니가 열녀라지 니 자칭 열녀라하고 일정 한 지애비만 꼭 섬겼을까 이부만 섬겼나이다 음 이부를 섬기고도 무슨 열녀라 헐고 두 이자 이부가 아니오라 외얏 리자 이부로 소이다 본관수청을 부족타 허였으면 잠시 지내가는 수의사또 수청듦이 어떠할꼬 수의사또 수청만 듣는다면 네 원한도 설원할 수 있으려니와 만일 수의사또 수청도 거역한다면 당장 죽고남지 못허리라 춘향이가 이 말을 들어놓니 어간이 벙벙허고 천지가 아득허여
중머리 허허 갈수록 산이로구나 태산을 치고나면 평지가 있다는듸 나는 갈수록 산이로구나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초록은 동색이요 양반은 도시 일반이오그려 나라에서 봉명사신을 보냈으니 민간 질고를 살피소서 창녀에게 절행이라니 춘향은 창녀의 자식이나 창녀도 아니온종 창녀 절행 있는 줄을 사또는 어이 모르시오 옛날에 의창이는 태학사를 섬겨있고 유명한 홍불기는 이정따라 갔사오니 창년들 절행이 없으리까 청송록죽 굳은 절행 눈비 온다고 변하오며 층암절벽 굳은 바위가 바람이 분다고 쓰러지며 어리석은 춘향이는 수의사또가 행차를 허셨다기에 세세원정을 올린 후에 목숨이나 살어날까 바랬더니마는 이제는 믿을 곳 없이 할 일 없이 죽소그려 송장 임자는 문밖에 있으니 용천검 드는 칼로 베이시랴거든 베이시고 수레에 사지를 찢어 발기시랴거든 발기시고 문어 전복 봉 오리듯 점점이 오리던지 용가마에 기름을 끓여 튀허시여 죽이던지 조롱을 말고 죽여주오
아니리 어사또 다시 묻지를 아니허시고 금낭을 어루만져 옥지환 내어 행수를 주며 이것 갖다 춘향주고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피래라 춘향이가 이걸 받아볼 리 없지마는 어제저녁 옥문밖에 서방님이 오셨고 어제 아침 봉사에게 꿈 해몽 헌 일이 하도 이상허여 마침 몰라 받아보니 이별시에 서방님께 드렸던 지가 찌던 지환이라 춘향이가 넋 잃은듯이 들고 보더니마는 아니 니가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나를 찾어 왔느냐 대상을 바라보고 아이고 서방님 한번을 부르더니 그 자리에 엎드려져서 말 못허고 기절헌다 어사또 분부허사 춘향을 붙들어다 상방에 누여놓고 찬물도 떠먹이며 수족을 주무르니 춘향이 간신히 정신차려 어사또를 바라보니 어제저녁 옥문밖에 거지 되어 왔던 낭군 춘풍매각 큰 동헌의 맹호같이 좌정허신 어사 낭군이 분명커늘 반가운 마음으로는 와락 뛰어 달려들어 어사또를 부여안고 실큰 울고도 싶지마는 어느 존전이라 건너갈 수도 없고 어사또를 정신없이 물끄럼이 바라보며 웃음도 반 울음도 반으로
중머리 마오마오 그리마오 야속허고 독헙디다 서울 양반 모집디다 기처불식이란 말이 사기에는 있지마는 내게 조차 이러시오 어제 저녁 오셨을 때 날 보고만 말씀 허셨으면 마음 놓고 잠을 자지 하룻밤 썩은 간장 십년감수를 내 허였네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춘풍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동헌에 새봄이 들어서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시나
아니리 그때여 춘향모친은 벌써 어사또가 사윈줄도 알았고 춘향이가 상방으로 붙들려가 울다가 웃다가 이 야단이 난 줄을 벌써 알았건마는 간밤에 원채 사위를 너무 괄시한 간암이 있어 염치없어 못 들어가고 삼문밖에서 뒷짐 짊어지고 이만허고 서 있다가 춘향 입에서 우리 어머니 소리가 나니 옳다 인쟈 되었다 싶어 이 말이 떨어지듯 마듯 들어가는듸
자진머리 어디가야 여그있다 도사령아 큰 문 잡어라 어사장모 행차허신다 열녀춘향을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장비야 배 다칠라 열녀춘향 난 배로다 네 요놈들 오늘도 그렇게 삼문간이 드셀 것이냐 에이
중중머리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씨고 풍신이 저렇거든 보국충신이 아니 될까 어제저녁 오셨을 제 어사 헌 줄은 알었으나 남이 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누설을 막느라고 알고 괄시를 허였드니 속 모르고 노여웠제 내 눈치가 뉘 눈치라고 그만 헌 일을 모를까 얼씨구나 내 딸이야 위에서 부신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낳거든 만고 열녀가 아니 되겄느냐 얼씨구나 내 딸이야 절로 늙은 고목 끝에 시절 연화가 피었네 부중생남중생녀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남원부중 여러분들 이 내 한 말 들어보소 아들 낳기를 원치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낳아 곱게 곱게 잘 길러 서울 사람이 오거들랑 묻도 말고 사위를 삼소 얼씨구나 절씨고 어사 사위를 둔 사람이 이런 경사에 춤 못 출까 막걸리 잔이나 먹었더니마는 궁댕이 춤이 절로 나고 주먹 춤도 절로 난다 지화자 좋을시고 이 궁둥이를 두었다가 놓을 살그나 밭을 살그나 흔들대로 흔들어 보자 늙은 손길을 펼쳐 들고 허정거리고 논다 얼씨고 절씨고 칠시고 팔시고 얼씨구나 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