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북풍한설이 내 핏줄을 얼게 해도
해오름달이나 매듭달이나 언제나 멈춤 없이
흘러 흘러 여기 있습니다
아버지! 핏줄은 얼지 않았는데 마음이 얼었습니다
천 년의 바람과 천 년의 구름이 자리한 하늘 아래
혈의 뿌리를 찾아 대를 이은
혼불이 광야를 누볐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산천이
마음 구석에 자리를 틀고
영원히 지워버릴 수 없는 혈맥으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뻗을 수 있기를 염원해 왔습니다
순백의 옥양목에 떨어뜨린 쪽물처럼
그 혈흔, 시베리아 벌판에 점을 찍고
한민족 영혼으로 승화해 왔습니다
아 나의 조국! 당신은 나를 무엇이라 부릅니까?
내 핏줄의 본향은 어디입니까?
왜 나는 당신의 혈맥 바깥으로 살아야 합니까?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누구의 모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