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차고 흩어지고
또 새벽은 날 감싸고
모두가 잠든 새벽 다섯 시
난 깨어있어 항상
하루에 하나 지워 보다 보면
잊혀져가고 지워져 가고
언젠가 다시 담담해져가만 가겠지
그러다 날이 밝을 때
네가 떠나야 할 때
우리 둘만의 비밀을 베개 밑에 숨길께
언젠가 꺼내볼 수 있게끔
기억이란 상자 속에 넣어둘게
아무도 찾지 못하게 나만 들여다보게
어항 속에 숨겨뒀던 내 기억의 조각들
이젠 모두 다 모래 안으로 덮어둘게
괜찮을 때 꺼내볼게
봉지에 담아 밧줄로 묶어서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던 기억을 담아
저 멀리 던져버릴게
내게도 엔터키가 있다면
모든 것들을 지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서
널 지워버려 너와의 기억
하나까지 조금도 남지 않도록
나라는 세상 속에서 너를 마주했었던
그 얼마간의 시간들
내겐 낭비였었어
너와의 기억 토해버릴게 흔적 모두
다시는 깨어나지 마
내게도 엔터키가 있다면
모든 것들을 지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서
널 지워버려 너와의 기억
하나까지 조금도 남지 않도록
나라는 세상 속에서 너를 마주했었던
그 얼마간의 시간들
내겐 낭비였었어
너와의 기억 토해버릴게 흔적 모두
다시는 깨어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