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날이 선 마음에
품었던 온기마저 식던 날
창백한 눈에 일렁이는
조그만 붉은 꽃 하나
바싹 마른 입 안에 돋아난
가시가 혀를 잘라버린 날
잠시 숨을 멈춰버리고
시꺼먼 열매를 삼켜
가볍게 불어난 나의 마음은
가짜라는 걸 사실 알아
잠깐이라도 조금 따뜻했는걸
그냥 여기 이대로 잠들고 싶어
아아, 모르겠어 어지러운 하얀 마음도
빌려온 온기도
녹아 없어져버릴 선에 외줄타기
아직도 진행 중
닳아빠져버린 목소리의 빛깔도
옅어지는 거야?
아아, 희미해진 저 낮은 등불 아래
매달리고 있어
손끝에 다다른 너의 온도는
이젠 더 느껴지지 않아
지레 겁먹은 나는 모순투성이
그냥 여기 이대로 잠들고 싶어
아아, 모르겠어 어지러운 하얀 마음도
빌려온 온기도
녹아 없어져버릴 선에 외줄타기
아직도 진행 중
닳아빠져버린 목소리의 빛깔도
옅어지는 거야?
아아, 희미해진 저 낮은 등불 아래
매달리고 있어
은은하게 퍼지는
마음을 짓누르고
잠든 내일을 깨워
오늘은 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