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창이 다짐 받어 올리니 사또 보시고, “그년, 악물의 딸년이로고. 네 년의 일심이 얼마나 굳은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여봐라! 저년을 동틀 다리 암양허여 묶은 후에, 집장사령 분부 뫼어라. 일호 사정 두었다가는 주장대로 찌를 테니, 각별히 치렸다!” “예이! 저만헌 년을 무슨 사정 두오리까? 대매에 뼈를 빼 올리리다!”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형장 한 아름을 덤쑥 안어다가 동틀 밑에다 좌르르르르, 펼쳐 놓고 형장을 고르는구나. 이놈도 잡고 느끈능청, 저놈도 잡고 느끈거려, 그 중에 등심 좋은 놈 골라쥐고, 사또 보는 데는 엄명이 지엄하니 갓을 숙이어 대상을 가리고 춘향 다려 속말을 헌다. “이애, 춘향아. 한두 대만 견디어라. 내 솜씨로 넘겨치마. 꼼짝 꼼짝 말아라. 뼈 부러지리라.” “매우 치라!” “예이!” “딱!” 부러진 형장 가지는 공중으로 피르르르르르르르 댓돌 우에 떨어지고, 동틀 우에 춘향이는 토심스러워 아프단 말을 아니허고 고개만 빙빙 두루며 “‘일’ 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부종사허랴는디, 일개 형장이 웬말이오? 어서 급히 죽여주오.” “매우 치라!” “예이!” 딱. “둘이요” “이부불경 이내 마음, 이군불사 다르리까? 이비사적을 알었거든 두 낭군을 섬기리까? 가망없고 무가내오!” “매우 치라!” “예이!” 딱, “삼가히 조심허라.” “삼생가약 맺은 언약, 삼종지법을 알았거던 삼월화류로 알지 말고 어서 급히 죽여주오.” ‘사’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사대부 사또님이 사기사를 모르시오? 사지를 찢드래도 가망없고 무가내오.” ‘오’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오마로 오신 사또, 오륜을 밝히시오.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실 날만 기다리오.” ‘육’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육보에 맺힌 한을 육시를 허여도 무가내오.” ‘칠’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칠척장검 높이 들어 칠 때마다 동강 나도 가망 없고 무가내오.” ‘팔’ 자 낱을 딱 붙여 노니, “팔방부당 안 될 일을 위력권장 그만하고 어서 급히 죽여주오” ‘구’ 자 낱을 딱 붙여 노니, “구곡간장 맺은 언약 구사일생을 헐지라도 구관자제를 잊으리까? 가망 없고 무가내오.” ‘십’ 자를 딱 붙여노니, “십장가로 아뢰리다. 십실 적은 고을도 충렬이 있삽거든, 우리 남원 넓은 천지 열행이 없으리까? 나 죽기는 설찮으나, 십맹일장 날만 믿는 우리 모친이 불쌍허오. 이제라도 어서 죽어 혼비중천 높이 떠서 도련님 잠든 창전으가 파몽이나 허고지고.”
열을 치고 그만둘까, 스물을 치고 짐작헐까, 삼십도를 맹장허니 옥루화연 흐르난 눈물 진정헐 수 바이없고, 옥 같은 두 다리에 유수같이 흐르난 피는 정반의 진정이라. 엎졌던 형방도 눈물짓고, 매질하던 집장사령도 매 놓고 돌아서며, 도포자락 끌어다 눈물 흔적 씻으면서 발 툭툭 구르며, “못 보겄네. 못 보겄네. 사람의 눈으로는 못 보겄네. 삼십년 간 관문 출입 후으 이런 광경은 첨 보았네. 내일부터는 나가 문전걸식을 허드래도 아서라, 이 구실은 못허것네.”
남원 한량들이 구경들 허다, “아서라, 춘향이 매 맞는 거동, 사람 눈으로 못 보겄네. 어린 것이 설령 잘못 헌들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집장사령놈을 눈익혀 두었다가 삼문 밖을 나오면 급살을 주리라.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골 사또가 모지도다.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간다. 간다. 떨떨거리고 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