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사진을 들춰보다 숨어버린 날
아니 잃어버린 내가 환하게 날 반기고
그때의 일기장에 먼지 쌓인 낯선 말도
갈피를 잃은 나에게 보낸 편지 한 장 같아
웃음이 뜸해지는 건 남 얘기 같았던
어른들의 인색함이 실패라 여겼던
어린 나의 모습이 갈수록 희미해져
잡음 하나 없던 웃음은 어디에
한참을 걷다가 보니 어느새 제자리
변하는 게 싫다더니 뭐가 불만인지
하루 종일 쉬었던 한숨이 부족했는지
뭐라도 바뀔 듯 아쉬운 척 내뱉는다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그때 내 모습이
그리운 추억인가요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의 모습이
그때와 같은 사람이라면
어릴 적 사진을 들춰보다 숨어버린 날
아니 잃어버린 내가 환하게 날 반기고
그때의 일기장에 먼지 쌓인 낯선 말도
갈피를 잃은 나에게 보낸 편지 한 장 같아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모두가 겪는
한 장의 이야기인가요 그때의 내가
나를 보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할지
들어볼 기회가 있다면
아무 말 않고 날 안아줄래
괜찮다는 한마디와 함께
너로 남아 있기엔 쉴 틈 없이 걸었어
변명 같은 사과를 건네며
어릴 적 사진을 들춰보다 숨어버린 날
아니 잃어버린 내가 환하게 날 반기고
그때의 일기장에 먼지 쌓인 낯선 말도
갈피를 잃은 나에게 보낸 편지 한 장 같아
어렸던 나에게 당연했던 웃음소리가
갈피를 잃지 않게끔 잡아주는 목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