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찮아
아 귀찮아 아아아
지우는 게
너랑 찍은 사진을
아 귀찮아
아 귀찮아
웃는 게
아무렇지 않은 듯
사진 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인듯해
서로가 지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
다 지우자
다 지우자
첫 데이트
한강에서의 사진도
다 지우자
모두 지우자
지난 몇 년의
수 백 개의 추억을
정말로 지울까
혹시 또 우리 만나게 된다면
이 추억들이 사라지는 게 _아깝지 않을까
그만하자
그만하자
편지 몇 장에
매달려 우는 짓들도
다 끝났다
나만 못 끝내고 있어
이미 충분히 찌질해 구차하니까
다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