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같은 고개는 저절로 숙여지고
구름같은 머리가닥
스사로 흩어지고
앵도같이 붉던 입술
외꽃같이 노래지고
새별같은 두 눈은 동 튼듯이 뜨고
도련님만 무뚜뚜루미 바라보며
말 못허고 기절을 허니
도련님이 겁이 나서
춘향의 목을 부여잡고
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지금허신 그 말씀이
참말이오 농담이오
이별 말이 웬 말이오
답답허니 말을 허오
우리 당초 언약헐 제
이별허자 말하였소
작년 오월 단오날의
소녀 집을 찾어와겨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나는 여기 앉어
천지로 맹세허고
일월로 증인을 삼어
상전이 벽해가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지 마자더니
말경의 가실때는
뚝 떼어 버리시니
이팔청춘 젊은 년이
독수공방 어찌 살으라고
못허지 못허여
공연한 사람을
살자 살자 조르더니
평생 신세를 망치네 그려
향단아 건넌방 건너가서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도련님이 떠나신다니
사생 결단을 헐란다
마누라님께 여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