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집에서 나왔어
운동화를 꺾어 신고
Daybreak 때 만해도
칼날 같았던
바람이 살랑거려
계절이 바뀌긴 바뀌었어
목적지 없는 밤 산책
왼쪽엔 Hof
건너편은 Girl
코알라네
아주 잠시 나도
맥주를 살까 생각해
몇 개의 가로등과
몇 개의 가로수를 지나
들리는 낯 설은 가르릉
아기 고양이
뭐해 혼자서
위험하게
너네 엄마는
어디로 갔니
몇 마디의 대화와
편의점에서 사온
참치캔 하나
잘 있어 형은 갈게
또 봐 다음에
오늘은 생각이 많아서
가봐야 해요
발걸음이 가벼워져
이제 제법 발 밑에
보도 블록을 넘나드네
오 가뿐해
신호등에 멈춰 설 때면
생각에 잠길뻔했어
노랠 불러야지
계속 걸어야지
12시 40분
처음 보는 길
위의 묘한 기분
길을 잃은 건가
아 뭐 어때
아무렴 지금은
그런 거 몰라
하나 둘 꺼지는 방
불들 사이에서
난 문득 고개를
뒤로 젖혀
컴컴한 밤하늘이네
달도 별도 불을 껐고
영양가 없는 농담을
따먹으며 걸어
저기 놀이터의 연인은
마치 야맹증이라도 걸린 듯
둘이 손을 마주 잡고
발을 뗄 줄 몰라
해가 뜨면 가겠지
못 본 척 내비둬 난
삐그덕 소리를 내며
미끄럼틀 위에서
미끄러져 슥
내려온 다음
유유하게 빠져나와서
다시 걸어
오늘은 생각이 많아서
발걸음이 가벼워져
이제 제법 발 밑에
보도 블록을 넘나드네
오 가뿐해
신호등에 멈춰 설 때면
생각에 잠길뻔했어
노랠 불러야지
계속 걸어야지
조금씩 멀어져
우리 집과 생각에서
땅에 발이 떨어질 때
한 발씩 멀어져
눈 감은 듯
컴컴한 밤에
생각을 비우려
거리를 걷네
lay back
발걸음이 가벼워져
이제 제법 발 밑에
보도 블록을 넘나드네
오 가뿐해
신호등에 멈춰 설 때면
생각에 잠길뻔했어
노랠 불러야지
계속 걸어야지
걸어야 해
생각이 너무 많은 밤엔
머릿속을 비워야 해
생각이 너무 많은 밤엔
걸어야 해
생각이 너무 많은 밤엔
머릿속을 비우고 걸어야해
생각이 너무 많은 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