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과 잔나비

안예은

내가 아주 작았을 때 산타의 편지를 보고
이 할아버지도 우리 아버지만큼이나
글씨를 못 쓰는구나 했지
내가 조금 자랐을 때 한없이 커다란 세상
무엇이든 읽고 그 어디든 걸어가며
손 안에 넣어보기도 했지
자유라는 것은 방종 뒤에 온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태양에 데여서 돌아오는 것이
너의 인생이야 네가 만들어가는 것이 그것이
아 아버지
당신과 꼭 닮은 딸을 낳아서
정의로운 발자국을 그대로
밟아가오 쉬었다가 또 밟아가오
즐겁게는 살되 바르게 살아라
내가 다친다고 해도
수렁에 빠진 놈을 구해주는 것이
좋은 인생이야 수많은 술잔 기울이는 그것이
아 아버지
당신과 꼭 닮은 딸을 낳아서
비뚤어진 발자국을 그대로
밟아가오 쉬었다가 또 밟아가오


열쇠 없이 감옥문을 열고서
날아가오 당신 따라 날아가오
아 아
서른하나가 된 내가
육십셋의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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