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1)
오늘은 이사하는 날, 날씨 진짜 맑은 날
이방의 추억과도 마지막 작별 인사하는 날
방한구석 내 이삿짐을 높이 쌓아둔다
이것도 이별인가? 마음이 좀 이상하구나
전 주인이 두고 갔던 상태가 썩 괜찮던
반찬통과 냉장고 미안해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배부르게 해주지 못해서
염치없지만 이 못난 주인을 용서해줘
어떤 날은 우리들의 암울했던 이야기와
피워댔던 담배연기로 자욱했었지
또 어떤 날은 그녀의 향기로 가득했었지
단둘이 있을 때 이방이 얼마나 아늑했던지
잊지 못할 거야 그리 길지 않았던 기간
먼지처럼 쌓여갔던 수북한 시간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시절은 더 빛나
깜빡이던 형광등이 눈에 밟힌다
hook)
작디 작았던 창문틈사이로 흘러나왔던 너와 나의 이야기
밤하늘아래서 두런두런 나누던 옮기지 못했던 이야기
verse2)
삐걱대며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방문도
지나가는 사람들 신발이 보이던 창문도
소음과 또 잡음도 소문보단 괜찮은걸
이거보다 못한 방에서도 잘 버텨왔는걸
난 걱정 안 해 저기 아주 조그맣게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도 난 아직 견딜만해
또 소심하게 축 쳐져있지 않게 조심할게
시시콜콜한 이야기 오늘부터 또 시작해
낡은 옥탑 방에 조금은 소란스러운 평상
그 위에서 우리 둘이 함께 누워서 꼬박
별을 보고 싶던 드라마같이 유치한 내 로망
몇 달 동안 미뤄질 것 같은 내 소박한 소망
오늘부터 내 집은 한낱 반지하 지만
지금부터 내가 살아갈 인생은 반전이다
오늘은 이사하는 날, 날씨 진짜 맑은 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이상한 그날
hook)
verse3)
집주인아주머니 편의점에 가는 거리
깜빡거리던 가로등이 서있던 그 골목길
밤잠을 설치게 했던 민망한 그 옆집
매달마다 날 아프게 했던 공과금용지
낮에는 너와 내가 가득 뿌려두고
밤에는 저 별들과 곰팡이가 훔쳐듣던
축축하지만 아름다웠던 이야기
그 작은 공간에서 다들 빛나길
h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