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편지 - 김광남
님이시여 님이시여 꿈 속에도 그리워
만져봤더니
야속히 내 가슴을 꼬집습니까
허름한 분단장에 새긴 하룻 밤
타향에 뜨는 달이 원망스러워
썼다가 찢어버린 나그네 편지
간주중
서울 땅이 서울 땅이 좋다해서 그리워
찾아왔더니
돈없이 못 살 곳은 서울이더라
잡는 손 뿌리치고 내가 왔더냐
보낼까 망설이다 부끄러워서
썼다가 찢어버린 나그네 편지
미칠 둣이 미칠 듯이 내 고향이 그리워
그리웁기에
못 먹는 술을 마셔 취했습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왔더냐
가만히 생각하니 염치가 없어
썼다가 찢어버린 나그네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