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민 시
꽃 속에 들어가 창을 연다
초가을 별빛이 차갑게 스며들어, 꽃 속은
낙엽과
전쟁과
미소다.
그리하여 온통 떠난다는 얘기로만 가득찬다.
창을 닫는다.
언젠가 이웃하던 낱낱의 모습들이 어둠을 타고,
혹은 피 할 수 없는 애증을 강요한다.
내 안에는 이미 순색을 잃은 피가 그것들과 엉켜서
꽃 속을 흐른다.
문득 가지 끝에는 영혼과 헤어진 감동이 눈을 뜨고,
시야에는 이웃하던 낱낱의 모습들이 다시 형체를 이루어.
나는 꽃을,
꽃은 꽃병을
꽃병은 나를..
자꾸 생각은 뒤만을 쫓는다.
- 꽃속에 들어가 꽃을 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