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상봉 하는데

장영찬

(아니리)
그때여 천상에서 옥진부인이 내려오시는듸 이는 뉜고허니 전곽씨부인이 죽어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었겄다. 심청이가 수궁에 머물단 말을 듣고 모녀상봉차 하강을 하시는듸

(진양)
오색채단을 기린으 가득 싣고 벽도화를 사면에 벌려 꼽고 청학백학은 전배서고 수궁에 나려 올제 용왕도 황겁하야 문전으 배례헐제 옥진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 잡고 니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낳은 곽씨로다. 너희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석으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났다기로 너를 보려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던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을 끌어안고 아이고 내새끼야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줄 짐작허고 부인목을 부여잡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 청이는 앞 어둔 백발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을 만류허며, 내 딸 청아 우지마라 너는 다시 나가 즐길날이 있으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이 허다허여 오래지체 어려워라. 요령소리에 쟁쟁 나더니마는 오색채운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하릴없이 따라 갈 수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모녀작별이 또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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