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과 낭자 동별당에서 노는 대목

박송희

(아니리) 낭자는 나를 괄세하시오?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방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니 성군 하릴없어 하직하고 내려서니 낭자가 그제서야 방문열고 쌍긋 웃고 허는 말이 도련님은 가시지 마시고 제 말씀을 들으시오. 아무리 천생연분이라 한 들 어찌 말 한마디에 대답하겠습니까(대답하오리까)? 당으로 오르기를 청하였다. 성군이 좋아라고 당 위에 올라가 낭자를 살펴보니
(세마치) 꿈 속에서 보던 낭자 생시에 만나보니 아름답고 어여쁘다. 낭자의 고운 자태 구름 속의 달도 같고 한 송이 모란화가 아침이슬을 머금은 듯 두 눈 속에 흐르는 추파 새벽별같이 맑고 맑아 천고에 무쌍이요 절대가인이 분명허구나.
(아니리) 성군도령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겨우 입을 열어 오늘 이렇게 선녀를 대하고 보니 오늘 밤에 죽어도 한이 없소이다. 낭자 대답허되, 소녀로 하여금 도련님이 병이 들어 저렇듯 수척하셨으니 죄송하고 황송하오나 우리 두 사람 연분은 아직 삼년이 남았으니, 그 때가 오면 파랑새로 중매 삼아 육례를 갖춘 후로 백년해로 하오리다만은,  만약에 도련님께 수청(소청)을 들으면은 천기를 누설한 죄를 받어 도련님을 뵙지 못헐 테오니 도련님은 초조한 정념을 참으시고 삼년 동안만 기다려 주옵소서.
(중중모리) 성군 도령 그 말듣고, 일각이 여삼추라 한시인들 어찌 참으리까. 이 몸이 그저 돌아가면 목숨살기 어렵삽고 상사병으로 죽을텐디, 낭자인들 어찌 편타하리요. 낭자는 나를 생각허여 죽을 목숨을 살려주오. 낭자도 하릴없어 옥 같은 그 얼굴에 미소를 띠었구나. 성군도련이 좋아라고 낭자 손을 꼭 잡으니 낭자도 좋아라고 성군 품으로 가만히 안기니 성군도령 거동보소. 낭자를 답숙안고 침실로 들어가서 이리 둥글 저리 둥글 만단회포를 풀었구나.
(아니리) 낭자가 하는 말이 저의 몸이 깨끗지 못하여 이 곳에 머무르지 못할 터이니 낭군을 따라가오리다. 청노새를 끌어내 옥련 꽃에 올라 앉히고, 성군이 나란이 동행하여 집에 들어오니 백공부부는 성군을 보내고 눈물로 지내다가 성군이 한 미인을 데리고 돌아와 부모님께 뵈오니 부모님이 깜짝 놀래 물은 즉, 성군이 전후 사연을 고하였다. 부모님도 좋아라고 동별당에 정하여 금슬에 낙원을 이루게 하였더라.
(진양조) 세월이 여류하여 어느덧 팔년을 지냈구나. 성군 도령 숙영낭자와 서로서로 사랑하여 꽃 같은 남매를 두었는디 맏딸은 동춘이요, 일곱 살이 되어있고 아들은 동근이라 세 살이 되었는디, 동춘이는 모친 닮고 동근이는 부친 닮아 집안이 화평하여 그리울 것 바이 없다. 성군 도령 숙영 낭자 누각으로 올라가서 사랑가를 불러가며 거문고를 슬기둥 둥덩 타면서 사랑가를 즐기는디 사랑이야 내 사랑이로구나. 사랑이로구나. 어허어허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내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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