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어서 가자

수궁가

용왕을 속여 넘긴 토끼가 자라 등에 올라앉아 한껏 위세를 부리며 세상을 나오는 대목으로, ‘가자 어서 가’는 진양 우조로 불리지만, 중중몰이 ‘백마주를 바삐 지나’에 이르면 가볍고 경쾌한 석화제로 바뀌어 고향에 돌아온 토끼의 설레임을 표현한다. 이 석화제는 순조 때 명창 신만엽의 창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 가야금병창의 창법이 대개 이 석화제로 되어 있다. 이 대목을 흔히 ‘소지노화’라고 하며, 가야금 병창의 대표적인 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반 : Victor KJ-1279(KRE 427)
녹음 : 1938. 9. 14

(진양)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수를 건너 백로주를 어서 가자. 고국산천이 어디멘고? 삼산을 바라보니 청천외으 멀어있고, 일락장사추색원허니 부지하처에 조상군고?” 한 곳을 다다르니 한 군자 서 있시되, 푸른 옷 입고 검은 관을 쓰고 문왈, “수로천리에 퇴공이 하이 지차오?” 토끼가 대답허되, “회촉청산허니 관불과인이요, 탁족무림허니 태불과봉황이요, 소무지식허고 유매평생이라.” 한 곳을 다다르니, 오호창파연월야 돛대 치는 저 사람은 ?범려 아니던가. 함와장강공자류는 등왕각이 여기로다.

(중중몰이)
백마주 바삐 지나 적벽강을 다다르니, 소자첨 범중류로다. 동산상 달 떠 오니 두우간 배회허여 백로회강 졸시고. 소지노화월일선 초강 어부 빈 배. 기경선자 가 연후 공명월지단단이라. 자래 등 저 달을 실어라, 우리 고향을 어서 가. 관산농명월 원해근산 졸시고. 한 곳 당도허니 어조하던 강태공 위수로 돌아들고, 은린옥천 이 뿐이라. 벽해 수변을 다달라 깡짱 뛰어 내려서 모르는 채로 가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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