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이 갈건야복으로 남병산 올라 단높이 뭏고 동남풍 빌제 동에는 청룡기요 북에는 현무기요 남에는 주작기요 서에는 백기로다. 중앙에는 황기를 꽂고 오방기치를 동서 사방으로 좌르르 벌리어 꽂고 발 벗고 머리 풀고 학창흑대 띠고 단에 올라 동남풍 빌은 후에 단하를 굽어보니 강상에 둥 둥둥둥 떠오는 배 서성, 정봉의 밴 줄로만 알았더니 자룡의 배가 분명하다. 즉시 단하로 내려가니 자룡 선척을 대하였다가 선생을 뵈옵고 읍하는 말이 [선생은 체후일향하옵시며 동남풍 무사히 빌어 계시나이까] [동남풍은 무사히 빌었으나 뒤에 추병이 올듯하니 어서 배 돌리어 행선을 하소서] 자룡이 여짜오되 [소장하나 있사오니 무삼 염려가 있사오리까] 즉시 배를 타고 하구로 돌아갈 제 주유 노숙더러 하는 말이 [공명은 제 아무리 상통천문 하달지리 육도삼략을 무불능통할지라도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동남풍 빌기는 만무로구나] 말이 맞지 못하야 풍운이 대작하며 동남풍 일어날 제 검정 구름은 뭉게뭉게 뇌성벽력은 우루루루루 바람은 지동치듯 번개는 번쩍 빗방울은 뚝뚝뚝 떨어질 제 주유 깜짝 놀라 북창을 열고 남병산 바라를 보니 단상에 깃발을 펄펄펄 나부끼니 서북을 가리워 칠 제